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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첫 번째 에피소드 <충전기 대소동>

by 티지와우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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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회사원인 서은지는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청주 집에 내려가기로 했다.

보통은 금요일 퇴근 후 바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지만, 이번 주는 회사 회의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토요일 아침 첫차로 향했다.

 

아침 7시 10분 기차라 마음이 급한 은지는 한 손에는 커피 텀블러, 다른 한 손에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허둥지둥 서울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차에 간신히 탑승한 그녀는 자리 잡고 나서야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헐, 왜 배터리가 10%밖에 안 남았지…?”

 

 

주머니를 뒤져봐도, 핸드백을 열어봐도, 노트북 가방을 뒤져봐도 휴대폰 충전기가 보이지 않는다. 깔끔하게 정리한답시고 전날 밤 자취방에서 치워둔 것 같은데, 이렇게 중요한 걸 놓고 나오다니!

서울에서 청주까지는 기차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지금 10%라면 청주에 도착하기 전에 꺼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휴대폰 꺼지면 동생한테 연락도 못 할 텐데…”

 

딱히 해결책이 없어 크게 한숨을 내쉬던 찰나, 옆좌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충전기 선을 빼는 걸 봤다. ‘아, 공용 콘센트가 있구나!’ 마음이 급해진 은지는 어떻게 말 꺼내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용기를 냈다.

 

“죄송한데… 혹시 충전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깜빡하고 두고 왔어요.”

 

그 아주머니는 웃으며 선뜻 허락해주셨고, 은지는 감사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며 휴대폰에 충전기를 꽂았다. 배터리가 10%에서 조금씩 올라가는 걸 확인한 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잠시 후, 승무원이 나타나서 복도 쪽에 커피를 쏟는 사고가 발생해 전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리 곳곳이 어수선해지면서, 은지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갑자기 파워 코드가 툭 하고 빠지고 말았다.

“어, 어떡하지…?!”

 

전선이 여기저기 꼬여서 누가 밟았는지, 그녀가 끼워둔 충전기도 옆좌석 충전기 끝에 연결된 멀티탭에서 쑥 빠져버린 것이다.

 

다시 꺼내서 연결하려고 보니 아주머니의 가방이 가로막혀 있고, 승무원은 커피를 닦느라 분주하고, 앞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는 또 뭔가를 찾으신다고 미니 테이블을 열고 닫고 계시고…. 좌석 간격이 좁아 엉킨 선들이 서로 잡아당겨지다 보니 충전기 끝을 제대로 끼우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은지는 엉킨 선 뭉치를 들고 몸을 살짝 틀어 복도 쪽으로 나와야 했다. 그런데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로 휴대폰을 들고 멀티탭을 끼우려니, 마치 누군가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줄이 살짝씩 당겨졌다. 계속 당기다 보니 옆좌석 아주머니의 물건까지 쑥 끌려와서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주위를 눈치 보며 낑낑대고 있는데, 앞좌석 할아버지가 웃으며 충전기가 끼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살짝 비켜주셨다.

“내가 나이가 많아도,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젊은이 마음 편히 충전해.”

 

그제야 은지는 가까스로 충전기 끝을 멀티탭에 꽂을 수 있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은지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이 빨개진 채 은지는 숨을 고르며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휴대폰 충전에 성공했고, 은지는 청주역에 도착하기 직전 다행히도 여동생에게 카톡을 남길 수 있었다.

“나 도착해~ 역 앞 편의점 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청주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휴대폰 배터리가 30%를 넘는 것을 확인한 은지는 세상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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