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라면, ‘충분히, 잘 슬퍼할 방법’을 배워둬야 합니다.”
이 말은 지난 3월 23일,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열린 펫로스 교육 ‘끝까지 함께할개’에서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이 전한 말이다.
그는 15년간 1만 6000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함께한 베테랑 장례지도사다.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일이 점점 늘고 있는 이 시대, 그의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치유의 지침이자,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마음의 기술'로 다가온다.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가구의 약 15%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의 존재가 아닌, 가족이자 동반자다. 하지만 그만큼, 펫로스 증후군도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는 인간보다 짧다. 8세면 사람 나이로 45세, 14세면 80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보호자는 언젠가 그 ‘마지막’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이별을 준비하지 않고 맞는다는 데 있다.
강 소장은 직접 키우던 반려견 ‘싼쵸’를 떠나보낸 경험을 토대로, 이별을 준비하는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사랑을 자주 표현하기 ▲사진과 영상 많이 남기기 ▲버킷리스트 만들고 실천하기 ▲털을 유리병에 보관하기 ▲장례식장 미리 알아보기 ▲마지막 인사 나눌 수 있게 사람들과의 만남 주선하기 ▲집에서 함께 이별을 맞이하도록 돕기.
이 중에서도 그는 “버킷리스트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억은 휘발되지만, 함께한 순간은 몸으로 남기 때문이다.
한 보호자는 “반려견과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반려견과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단순한 소망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은 이별 후의 상실감에서 보호자를 지탱해줄 중요한 기억의 증거가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새로운 만남과 사랑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 슬픔’으로만 치부하며 애도의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 제도, 심리 상담, 장례 문화 등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나 펫로스는 더 이상 일부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보호자가 겪는 이별의 고통을 인정하고, 애도의 문화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강 소장의 말처럼,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먼저 떠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이별은 분명히 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이별을 피하지 않고 ‘잘 겪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저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사랑이 남기는 마지막 존엄한 배려가 아닐까.
'세상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 영종 아파트 건설 사업 줄줄이 취소…건설사들의 무덤이 된 이유는? (4) | 2025.03.27 |
---|---|
수도권 과밀화 문제, 왜 해결이 어려울까? (3) | 2025.03.26 |
[사설] 섣부른 탄핵과 국민 신뢰의 균열, 민주당은 지금 어디를 바라보는가 (2) | 2025.03.25 |
[사설] 거대한 AI의 물결, 지금이 바로 올라탈 때다 (2) | 2025.03.25 |
[사설] 산불보다 정치 공방, 미래 없는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 (8) | 2025.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