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사회의 결혼 풍속도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 건수가 전년 대비 무려 40% 증가했다.
2015년 이후 최고치인 1176건에 달하며,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시사한다.
한일 간 국제결혼의 증가는 그동안 냉각됐던 양국 관계의 회복과, 교류 재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몇 해 전부터 지속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정치적 긴장으로 양국 젊은 세대 간 교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문화 콘텐츠의 힘, 여행 재개,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만남은 이러한 경색 국면을 서서히 풀어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인접성과 유사한 문화권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인간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통계가 단순히 한일 커플의 증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국제결혼은 2만1000건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 1위는 베트남(32.1%), 이어 중국(16.7%), 태국(13.7%) 순이며, 외국인 남편의 경우 미국, 중국, 베트남이 상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회 내에서 국제결혼이 점차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의 숫자 증가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 자녀 교육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존재한다. 특히 한일 커플은 과거사 문제나 국가 간 감정의 영향으로 외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개인의 선택과 사랑을 통해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점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의 미래에 있어 국제결혼은 더 이상 이질적인 일이 아니다. 국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조화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 언어 지원, 자녀 양육 관련 복지 정책이 뒷받침될 때, 국제결혼의 긍정적 효과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한일 국제결혼 증가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양국 젊은 세대들이 정치적 이슈와 무관하게 인간적 교류와 문화적 소통을 넓혀가는 상징이라고 본다.
국가는 이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국제적 시야를 넓힌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사랑과 문화가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 한국 사회 역시 그만큼 유연하고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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